두달 전 우리 집에 놀러온 정세진, 홍소연 아나운서가
와인 다섯병과 만화책 6권을 선물로 들고 왔다.
프랑스 이탈리아 칠레 남아공 가리지 않고
와인이라면 없어서 못먹는 우리들이니,
와인 다섯병이먀말로 최상의 선물이었다.
그리고... <신의 물방울> 이라는 만화책 6권은
우리 리조트에 오시는 손님들께 이즈음 가장 인기있는
"추천 도서"다 .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원생림 속을 나는 지금 걷고 있다.
버섯…그리고 이끼 낀 지면과 나무들에서 풍겨오는 냄새…
깊은 숲의 습기를 머금은 냄새… 꽃 향기다.
수많은 붉고 작은 꽃. 하얀 꽃도 있어…
아아, 이 얼마나 화려한 열매인가.
블루베리? 라즈베리? 신선한 체리와 딸기도 있다.
여기는 비밀의 샘이며 화원이기도 하다.
연인? 말할 수 없는 관능….
이것은 완성된 한 폭의 그림이다. 아니, 사랑 이야기다.”
(프랑스 부르고뉴 와인 ‘샹볼 뮤지니’(Chambolle Musigny)를 맛본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의 반응.)
보르도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를 음미한
‘토미네 잇세’도 만만치 않다.
(토미노 잇세는 주인공 칸자키 시즈쿠의 라이벌로
와인에 관한 한 완벽할 정도의 소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
“색조는 짙은 가넷(garnet·석류석). 오래된 와인의 숙성을 나타내는
오렌지 빛은 아직 테두리에 보이지 않아요…
그러나 제일 먼저 아로마로써 엄습해오는 것은
카시스 등의 검은 과실의 폭발…
이러한 맛과 향으로 볼 때, 포도의 품종은
특상 카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한 것임을 분명히 알 수 있죠…
이 와인을 비유한다면 한 장의 명화…
해질녘 하늘에 끝없이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서
신의 목소리를 느끼고는, 조용히 머리를 숙이는
농부 부부를 그린 그 그림은… ‘만종’.”
만화 ‘신의 물방울’ 주인공은 일본 최고 와인평론가의 아들인
간자키 시즈쿠.
놀랄 만큼 섬세한 미각을 소유했지만,
와인에 대한 지식은 전무(全無)하다.
세계적인 와인 전문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지만,
체계적인 와인교육을 받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사실은 아버지로부터 가장 지독한 와인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나중에야 안다)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귀하고 값비싼 와인 컬렉션을 남긴다.
와인 컬렉션을 상속 받으려면 아버지가 ‘신의 물방울’이라고 명명한
궁극의 와인을 찾아내야 한다.
와인 지식은 있지만 미각은 평범한 여자 소믈리에가
주인공의 파트너가 되어 와인을 찾는 머나먼 길에 동행한다.
주인공의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와인 컬렉션을
손에 넣으려는 젊은 와인평론가 토미노 잇세와
주인공 커플이 벌이는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
이 만화의 무엇에 사람들은 이리 열광하는 걸까?
전문서적 뺨치는 정확하고 깊이 있는 내용 덕분이다.
와인에 대한 설명이 전문서적보다 훨씬 정확하고 자세하다.
와인에 대한 전반적 기초 지식은 물론
프랑스 와인 뿐 아니라 미국, 호주 등 신대륙 와인까지 골고루 다룬다.
와인 한잔을 마시면서 '꽃잎이 만개하는 것"을 느낀다거나,
아직 덜 숙성된 포도로 만든 와인을 마시면서
"유아살해"를 얘기하는 대목은
많이 과장된 듯 하지만, 환상적인 그림과 표현으로 하여
이러한 과장이 밉지 않다.
와인 한잔이면 지독한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분들께
꼭 권해드리고 싶은 책이 바로 이 <신의 물방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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